매일경제 2021.08.11
獨 현지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구성된 `발트앙상블`
유학시절 만난 24人 드림팀
실내악 연주하며 치유 경험
"유럽에서 클래식 음악은
식사하는 것과 같은 일상"
예술의전당서 17일 연주회
27일 열리는 페스티벌도 참여
독일 명문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구성된 발트앙상블은 멤버들의 개성 넘치는 연주를 하나의 음악으로 빚어내는 과정을 즐긴다. 왼쪽부터 최경환(비올라), 이지혜(바이올린), 김세준(비올라), 박유라(첼로). [이충우 기자]
2018년부터 매년 여름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연주하는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PFO)를 두고 음악계에서는 '드림팀'이라고 부른다. 80여 명에 이르는 단원 전원이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과 미국 유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어서다. 이들의 연주는 클래식 본류에 한발 더 다가선 느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 단원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19명이 한 실내악 단체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클래식 관계자들 사이에서 대한민국 최고 실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발트앙상블'이다. 30대 젊은 현악기 연주자들로 구성된 발트앙상블 단원 24명은 전원 독일권 명문 오케스트라 정단원이다. 소속 단체에서 오케스트라를 대표하는 악장, 악기군 대표인 수석을 맡고 있는 단원도 여럿이다.
올해 대관령음악제에서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 일원으로 멋진 연주를 선사한 발트앙상블이 오는 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수비니어(souvenir·추억)'라는 타이틀의 연주회를 연다. 차이콥스키의 6중주 작품 '플로렌스의 추억'과 벤저민 브리튼의 '심플 심포니', 오토리노 레스피기의 '고풍스러운 아리아와 춤곡 3번'을 연주한다. 이어 오는 19일 성남아트센터 마티네콘서트 무대에 오른 뒤, 27~29일 열리는 서울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에서 SAC(예술의전당)페스티벌오케스트라 일원으로 참여해 연주를 펼친다.
발트앙상블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악장)와 비올리스트 최경환(베를린 노이에필하모닉 비올라 수석)·김세준(하노버 NDR방송교향악단 비올라 수석), 첼리스트 박유라(브란덴부르크 슈타츠오케스트라)를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유럽인에게 클래식 음악은 삶 그 자체에요. 독일에서 공부하기 전 미국에서도 5년 동안 공부했는데, 미국인들은 음악을 통해 즐거움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즐기러 공연장 간다고 말하죠. 하지만 유럽에서 음악은 식사하는 것과 비슷해요. 그냥 일상이죠. 그래서 특별히 즐긴다는 표현도 안 하는 것 같아요."(이지혜)
"많은 한국인 연주자가 독일권으로 유학을 가는 이유는 클래식 본고장의 (음악적) 언어와 공기를 배우기 위해서죠. 기술만 습득하는 건 꼭 유럽이 아니어도 가능합니다. 음악을 완전히 삶으로 체화한 사람들이 모인 유럽 교향악단의 일원이 된다는 건 그래서 굉장한 경험이에요.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배운 것보다 일하며 동료에게 배우는 게 더 많아요. 현지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연주자들을 보면 자랑스러워요. 저도 늘 한국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연주에 임하죠."(김세준)
2015년 창단된 발트앙상블은 유럽 클래식 유학생 모임으로 시작됐다. 독일 음악학교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이 이런저런 자리를 통해 서로 알게 됐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마음이 통했다. 오케스트라보다 규모가 작은 실내악을 함께 연주하며 즐겁게 음악적 교감을 나눴다.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음악을 주도하지만, 지휘자가 없는 실내악은 단원 간 소통과 협의를 통해 함께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 타지 생활을 하며 느낀 외로움과 상처가 같은 고국을 둔 사람들과 합주를 통해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
"지휘자 없이 연주자들이 의견을 내며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너무 즐거워요. 연습이 끝나도 이 친구들과 계속 같이 있고 싶을 정도로 여운이 강하게 남죠."(최경환)
"발트(wald)는 독일어로 숲이라는 뜻이에요. 나무들은 하나하나 다르게 생겼는데 한데 모여 하나의 숲을 이루잖아요. 저희도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있지만 함께 연주하며 하나의 음악, 하모니를 만들어 냈으면 하는 뜻에서 이런 이름을 지었어요."(박유라)
발트앙상블은 올 9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 데뷔 무대를 갖는다. 현지 국영방송을 통해 이들의 연주가 현지 곳곳에 전해질 예정이다.
"발트앙상블은 클래식의 본고장에서 배운 음악을 한국 관객과 나눈다는 음악적 목표를 갖고 있어요. 교도소, 병원, 요양시설처럼 음악이 전달되기 쉽지 않은 곳을 자주 찾아 소규모 음악회를 열려고 해요. 음악으로 치유받길 원하는 분들과 만나 음악의 힘을 전달해드리고 싶어요."(이지혜)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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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https://www.mk.co.kr/news/culture/9985954
매일경제 2021.08.11
獨 현지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구성된 `발트앙상블`
유학시절 만난 24人 드림팀
실내악 연주하며 치유 경험
"유럽에서 클래식 음악은
식사하는 것과 같은 일상"
예술의전당서 17일 연주회
27일 열리는 페스티벌도 참여
독일 명문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구성된 발트앙상블은 멤버들의 개성 넘치는 연주를 하나의 음악으로 빚어내는 과정을 즐긴다. 왼쪽부터 최경환(비올라), 이지혜(바이올린), 김세준(비올라), 박유라(첼로). [이충우 기자]
2018년부터 매년 여름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연주하는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PFO)를 두고 음악계에서는 '드림팀'이라고 부른다. 80여 명에 이르는 단원 전원이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과 미국 유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어서다. 이들의 연주는 클래식 본류에 한발 더 다가선 느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 단원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19명이 한 실내악 단체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클래식 관계자들 사이에서 대한민국 최고 실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발트앙상블'이다. 30대 젊은 현악기 연주자들로 구성된 발트앙상블 단원 24명은 전원 독일권 명문 오케스트라 정단원이다. 소속 단체에서 오케스트라를 대표하는 악장, 악기군 대표인 수석을 맡고 있는 단원도 여럿이다.
올해 대관령음악제에서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 일원으로 멋진 연주를 선사한 발트앙상블이 오는 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수비니어(souvenir·추억)'라는 타이틀의 연주회를 연다. 차이콥스키의 6중주 작품 '플로렌스의 추억'과 벤저민 브리튼의 '심플 심포니', 오토리노 레스피기의 '고풍스러운 아리아와 춤곡 3번'을 연주한다. 이어 오는 19일 성남아트센터 마티네콘서트 무대에 오른 뒤, 27~29일 열리는 서울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에서 SAC(예술의전당)페스티벌오케스트라 일원으로 참여해 연주를 펼친다.
발트앙상블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악장)와 비올리스트 최경환(베를린 노이에필하모닉 비올라 수석)·김세준(하노버 NDR방송교향악단 비올라 수석), 첼리스트 박유라(브란덴부르크 슈타츠오케스트라)를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유럽인에게 클래식 음악은 삶 그 자체에요. 독일에서 공부하기 전 미국에서도 5년 동안 공부했는데, 미국인들은 음악을 통해 즐거움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즐기러 공연장 간다고 말하죠. 하지만 유럽에서 음악은 식사하는 것과 비슷해요. 그냥 일상이죠. 그래서 특별히 즐긴다는 표현도 안 하는 것 같아요."(이지혜)
"많은 한국인 연주자가 독일권으로 유학을 가는 이유는 클래식 본고장의 (음악적) 언어와 공기를 배우기 위해서죠. 기술만 습득하는 건 꼭 유럽이 아니어도 가능합니다. 음악을 완전히 삶으로 체화한 사람들이 모인 유럽 교향악단의 일원이 된다는 건 그래서 굉장한 경험이에요.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배운 것보다 일하며 동료에게 배우는 게 더 많아요. 현지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연주자들을 보면 자랑스러워요. 저도 늘 한국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연주에 임하죠."(김세준)
2015년 창단된 발트앙상블은 유럽 클래식 유학생 모임으로 시작됐다. 독일 음악학교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이 이런저런 자리를 통해 서로 알게 됐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마음이 통했다. 오케스트라보다 규모가 작은 실내악을 함께 연주하며 즐겁게 음악적 교감을 나눴다.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음악을 주도하지만, 지휘자가 없는 실내악은 단원 간 소통과 협의를 통해 함께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 타지 생활을 하며 느낀 외로움과 상처가 같은 고국을 둔 사람들과 합주를 통해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
"지휘자 없이 연주자들이 의견을 내며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너무 즐거워요. 연습이 끝나도 이 친구들과 계속 같이 있고 싶을 정도로 여운이 강하게 남죠."(최경환)
"발트(wald)는 독일어로 숲이라는 뜻이에요. 나무들은 하나하나 다르게 생겼는데 한데 모여 하나의 숲을 이루잖아요. 저희도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있지만 함께 연주하며 하나의 음악, 하모니를 만들어 냈으면 하는 뜻에서 이런 이름을 지었어요."(박유라)
발트앙상블은 올 9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 데뷔 무대를 갖는다. 현지 국영방송을 통해 이들의 연주가 현지 곳곳에 전해질 예정이다.
"발트앙상블은 클래식의 본고장에서 배운 음악을 한국 관객과 나눈다는 음악적 목표를 갖고 있어요. 교도소, 병원, 요양시설처럼 음악이 전달되기 쉽지 않은 곳을 자주 찾아 소규모 음악회를 열려고 해요. 음악으로 치유받길 원하는 분들과 만나 음악의 힘을 전달해드리고 싶어요."(이지혜)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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